‘띵동~!’ 세뱃돈도 메시지로… 코로나가 바꾼 ‘세뱃돈’ 문화
장진희 (cjh0629@donga.com) 기자
2022-01-27 14:04:00

“설날에 만나지 못해 계좌 이체로 미리 세뱃돈을 받았어요.”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초등 3학년 A 양은 설 연휴를 앞두고 외숙모에게 세뱃돈을 비대면 방식으로 송금 받았다. A 양은 “용돈 말고도 외숙모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신 선물을 배송받기도 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친척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새해 인사를 전하고 간편하게 세뱃돈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올해 설 연휴도 가족 모임 및 고향 방문을 자제해야 하는 분위기다. 만날 순 없지만 계좌 이체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간편 송금 등의 방식으로 세뱃돈을 주고받는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다.
만날 순 없어도 세뱃돈은 ‘간편 송금’
설날 아침, 설빔(설에 입는 새 옷)을 차려 입은 어린이들이 어른에 세배를 한 뒤 세뱃돈을 받는 문화는 약 100년 전부터 시작됐다. ‘세배에 대한 답례로 돈을 줬다’는 기록은 최영년의 시집 ‘해동죽지’(1925)에 처음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뱃돈을 주고받는 풍경도 바뀌었다. 직접 만나긴 어렵지만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저축하라고 세뱃돈을 송금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메시지를 보내듯 간편하게 현금을 주고받는 송금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기간(2월 10일~2월 14일)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 이용량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급증했다. 지난해 2월 10일~2월 14일 ‘설날’ 송금봉투로 송금된 금액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설 연휴(2월 2일~2월 6일) 대비 442.4% 증가했고, ‘설날’ 송금봉투 이용량은 271% 증가했다.
올해 카카오페이는 설날에 어른들이 정갈한 봉투에 지폐를 넣어서 어린이에게 나눠주는 상황을 온라인에서도 연출하기 위해 ‘세배돈많이’ ‘새해복많이’ 등이 적힌 세뱃돈 전용 봉투가 보이게 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지난 24일 서울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방출되는 자금을 호송차에 싣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로 화폐공급 감소 전망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세뱃돈 지급 등으로 현금 사용량이 늘어난다. 이에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일반적으로 명절 전에 평소보다 더 많은 화폐를 금융기관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면해서 세뱃돈을 받는 경우보다 계좌이체나 간편 송금으로 받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25일 한국은행 발권기획팀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전에는 화폐공급 규모가 코로나19 확산 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화폐를 한꺼번에 많이 공급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신권을 추가로 발행하거나 회수된 화폐 중 지저분한 것을 세척하고 훼손된 것은 폐기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돈을 만들기 위해서도 돈이 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2020년 새로운 지폐를 제조하는 데 매년 평균 800억 원 이상이 들었다. 빳빳한 신권을 세뱃돈으로 주고받기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것.
지난해 상반기에 폐기된 2억2310만 장의 화폐를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 산의 11배 높이에 이른다. 세뱃돈을 현금으로 받았다면 꼬깃꼬깃 접거나 구기지 말고 지갑에 넣어 보관해야 하고, 지폐에 낙서를 해서도 안 된다.
주식 투자 한다면, 장기적으로
손주나 자녀에 세뱃돈을 주는 대신 주식을 선물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늘어나는 추세다. 주식 투자를 교육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A 양은 “외할머니께 주식을 받기 위해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 최근에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며 “주식을 보유하면 주주가 되어 특정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이창민 KB증권 WM스타자문단 차장은 세뱃돈으로 주식 구매를 하려는 어린이들에게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투자해 ‘복리효과’를 노려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복리효과란 투자 기간이 늘수록 작은 투자금에 가속도가 생겨 빠르게 돈이 불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미성년자는 부모님과 함께 증권사 지점에 직접 방문해야 주식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만 19세 미만의 경우 △부모님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본인 도장을 모두 갖춰 영업점에 방문해야 주식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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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4 13: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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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 원 가치 뱅크시 벽화, 영국 건물 철거와 함께 사라져
사다리에 올라탄 일꾼 한 명이 EU를 상징하는 12개의 별 중 하나를 깨부수는 모습이 담겼다. 포브스 홈페이지 캡처 영국을 중심으로 거리의 벽 등에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남기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약 100만 파운드(약 16억 원) 가치의 벽화가 건물 철거와 함께 사라졌어요.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해당 벽화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이후인 2017년,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잉글랜드 남동부의 항구도시 도버의 한 건물 벽면에 그려졌어요. 사다리에 올라탄 한 일꾼이 EU 깃발 안에 그려진 12개의 별 가운데 하나를 망치로 깨부수는 모습으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풍자(빗대어 비웃음)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자신이 누구인지 철저히 숨긴 채 활동하는 뱅크시는 이후 대리인을 통해 해당 벽화가 자신의 작품이라고 인정했어요. 이후 마을의 관광 명소 중 하나로 사랑받은 해당 벽화는 2019년 건물 외벽에 도료(겉에 발라 썩지 않게 하거나 채색하는 재료)가 덧칠되면서 사라졌지요. 도시 당국은 벽화의 복원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최근 진행된 도시 재생 사업으로 건물이 철거되면서 벽화는 완전히 사라지게 됐어요. 다만 이번 철거를 담당한 업체는 건물 잔해를 수거해 작품을 보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알려져요. CNN에 따르면 철거 업체 대변인은 “벽화가 한차례 덧칠됐고 상태가 좋지 않아 성공 여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그림 속 별들과 남자, 사다리 부분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어요. 해당 업체는 복원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한편, 복원에 성공할 경우 해당 그림을 소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져요. 한편 뱅크시 측은 건물 철거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어요.
2023-12-03 11: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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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아보카도’에 멕시코 숲은 울상
작업자들이 수확된 아보카도를 분류하는 모습.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과일 ‘아보카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멕시코의 숲이 파괴되고 있어요. 미국으로 아보카도를 수출하기 위한 불법 벌채(나무를 베어 냄)가 이어지면서 나무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에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아보카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수요가 2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면서 “이런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멕시코에서 불법 벌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특히 멕시코 서부의 삼림(산과 숲)이 무서운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어요. 미국에서 아보카도의 인기가 치솟게 된 건 아보카도가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떠오르고 아보카도를 활용한 각종 조리법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 미국이 멕시코에서 아보카도를 수입하기 시작한 건 4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두 국가의 아보카도 무역 규모는 우리 돈으로 약 3조5000억 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처럼 아보카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불법 벌목업자들이 멕시코의 멀쩡한 숲을 없애고 아보카도 농장을 무분별하게 짓고 있다는 것이에요. 멕시코의 환경 운동가들은 “숲을 없애는 과정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하면서 숲의 손실이 엄청나다”고 지적했어요. 이에 멕시코 환경 당국은 불법으로 벌채된 곳에서 자란 아보카도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재배된 아보카도가 미국에서 거래되는 것이 제한되고 있지는 않다고 NYT는 전했어요. [한 뼘 더] 아보카도는 물 먹는 하마? 부드러운 식감에 영양이 가득한 아보카도는 ‘숲 속의 버터’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과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아보카도를 재배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물이 사용되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해요. 아보카도 나무 1그루를 키울 때 드는 물이 소나무 14그루에 드는 물의 양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요.
2023-11-30 13:0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