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파운드리 공정(한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거치는 작업 단계)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수탁(남의 물건을 맡음) 생산’을 뜻하는 파운드리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받아 생산만 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보다 훨씬 앞선 기술을 선보이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대만의 TSMC. 삼성전자는 TSMC를 바짝 뒤쫓고 있는데, 3나노미터 반도체 생산 기술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려운 반도체 기술, 어솜이와 나성실 박사의 대화로 쉽게 이해해보자.

머리카락보다 얇다고?

삼성전자 연구진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미터 반도체 생산을 축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3나노미터 반도체 제작 공정이 이뤄지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의 모습

어솜이: 박사님! 이번에 삼성전자의 소식을 접하면서 반도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어요!

나성실: 반도체는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영역에 속하는 물질이야. 순수한 상태에서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특성을 띠지만, 빛이나 열을 가하면 일시적으로 전기가 통하지. 이런 반도체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들어가 제품이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돕는단다. 반도체를 ‘마법의 돌’이라고 비유적으로 부르는 이유지.

어솜이: 아하, 3나노미터는 엄청 작은 크기잖아요? 삼성전자가 이처럼 작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건가요?

나성실: 엄밀히 말하면 반도체 내에 있는 회로(전류가 흐르는 통로)와 회로 사이의 폭이 ‘3나노미터’야.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한 올의 10만분의 1 정도로 매우 얇아. 지금까지는 회로 폭이 4나노미터인 반도체만 만들 수 있었는데, 삼성전자는 그보다 더 미세한 회로 폭을 지닌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된 거지. 반도체의 회로와 회로 사이의 간격이 좁을수록 반도체 성능은 높아지고 전력의 소비는 낮아진단다.

어솜이: 그렇군요. 이 반도체에는 ‘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이 적용됐다고 하던데, 이 기술은 무엇인가요?

나성실: 반도체 내에는 전류를 흐르게 하고,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라는 장치가 들어가. ‘게이트올어라운드’는 이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크게 높이는 기술. 흐르는 전류를 이 기술로 보다 세밀하게 제어해 반도체 내에서 손실되는 전류를 최소화 하는 거야. 이 기술을 적용하면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도 높아지고, 전력 효율도 높아 차세대 반도체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꼽히지.

어솜이: 삼성전자의 3나노미터 반도체는 이런 기술들이 적용 돼 기존 반도체 보다 훨씬 좋은 성능을 가지는 것이군요! 그런데 다른 기업들은 왜 직접 반도체를 만들지 않고 삼성 등의 기업에게 맡기는 건가요?

나성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설비가 필요해. 하지만 반도체 제조설비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모든 기업이 제조설비를 직접 보유하기가 쉽지 않지…. 이에 설계는 하되 반도체 제조설비를 갖춘 회사에 반도체 생산을 맡겨 효율적으로 제작하는 것이란다.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연구진이 웨이퍼(반도체를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판)를 살펴보고 있다

어솜이: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가 주목하는 또 다른 기술도 있나요?

나성실: 그럼∼. 정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거든. 우리의 일상에 쑥 들어온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AI 알고리즘 기술’로 대표되는 대규모의 연산(일정한 규칙에 따라 계산함)을 빠르게 수행해 내는 반도체가 필요해.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은 성능이 우수한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단다.

어솜이: 성능이 좋은 AI 반도체를 개발해내면 AI 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겠네요?

나성실: 그렇지! 그래서 정부는 AI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어. AI 반도체 첨단기술 연구개발 등에 향후 5년 간 1조2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단다. 아울러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고급 인력을 7000명 이상 키워내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어. AI 반도체를 비롯해 앞으로 어떤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가 나올지 함께 지켜보자고!

삼성전자 3나노 GAA 반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