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들은 ‘치킨런’… 대형마트 가성비 치킨의 비밀은?
장진희 (cjh0629@donga.com) 기자
2022-08-30 13:57:13
홈플러스가 한 마리에 6990원에 판매 중인 ‘당당치킨’. 뉴시스
국내 대형마트는 최근 치킨을 최저가(가장 싼 값)에 판매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홈플러스가 한 마리에 6990원에 판매하는 ‘당당치킨’을 지난 6월 30일에 출시한 데 이어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5000원대~1만 원대의 저렴한 치킨을 내놨다.
치솟은 물가 때문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가 뛰어난 치킨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대형마트로 이어졌다. 치킨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긴 줄이 생기자 치킨을 먹기 위해 달린다는 뜻의 ‘치킨런’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배달비를 포함해 한 마리의 가격이 무려 3만원에 달하는 치킨도 시장에 나온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어떻게 6000원대의 치킨을 판매할 수 있는 걸까.
인천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두 마리 치킨’을 사기 위한 대기 줄이 늘어선 모습. 홈플러스 제공
생닭 유통구조의 ‘단순화’가 비결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은 출시 이후 약 50일 간 약 46만 마리가 팔리며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치킨을 6000원대에 판매할 수 있는 비결로 단순한 유통(상품이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필요한 여러 단계)구조를 꼽았다.
홈플러스는 관계자는 “양계(닭을 먹여 기름) 농가와의 계약을 통해 치킨의 주된 재료인 생닭을 대량으로 싸게 구매하고 있다”면서 “양계 농가에서 닭을 바로 전국의 각 지점으로 보내기 때문에 유통구조가 단순해 비용이 절감(아끼어 줄임)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의 경우 생닭을 각 매장에 보내기 위해서만 보통 2, 3개의 회사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물류(물건을 효율적으로 원하는 장소에 보내는 활동)비용이 추가적으로 든다.
치킨을 튀김기에 넣어 조리 중인 모습
가맹비·임대료·배달비 없으니 가격↓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는 치킨을 팔 때 치킨 무나 탄산음료, 소스와 같이 곁들여 먹는 제품을 제공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대형마트에서 치킨을 판매할 때는 △가맹비(조직, 동맹에 가입하는 데 드는 비용) △임대료 △배달비 △광고비도 추가적으로 들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치킨 회사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해당 회사의 상표와 사업 노하우 등을 활용하는 대가로 본사에 가맹비를 내야 한다. 또 프랜차이즈 치킨 자영업자들은 가게가 속한 시설을 빌리는 대가로 매달 건물의 주인에게 임차료(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대가로 내는 돈)를 낸다.
가정에서 치킨을 시켜 먹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플랫폼 이용료와 배달비도 지불해야 한다. 다수의 배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배달비는 소비자와 가게 주인이 50%씩 나누어 부담하는 구조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치킨 회사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나 배우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홈플러스의 경우 당당치킨을 홍보하는 데 추가적인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고 오로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으로 제품이 알려진 경우”라고 말했다.
생태계 교란 vs. 소비자 선택권 확장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가성비 치킨을 판매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의 가성비 치킨이 치솟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
그러나 대형마트가 치킨을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관련 업계의 생태계를 교란(어지럽고 혼란하게 함)시키고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 피해를 준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마트의 경쟁 상대는 프랜차이즈 배달치킨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형마트의 치킨을 사기 위해서는 직접 매장에 방문하고 대기까지 하는 등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프랜차이즈 치킨은 집에서 터치 몇 번으로 편리하게 사 먹을 수 있다. 대형마트 치킨의 등장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된 것을 긍정적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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