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경제킹

‘신성한 달’에도 아껴야 산다!

이선행 (opusno1@donga.com) 기자

2023-04-02 13:21:04

고물가로 달라진 이슬람교 ‘라마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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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한 사원에서 사람들이 라마단을 맞아 기도를 하고 있다. 카라치=AP뉴시스


인도네시아의 한 사원에서 기도를 마친 사람들이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을 읽고 있는 모습. 자카르타=신화통신뉴시스


지난달 23일부터 이슬람권 국가에서 ‘라마단’이 시작됐어요.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하는 라마단은 이슬람교에서 ‘신성한 달’로 여기는 기간. 사람들은 해가 뜬 시간에 기도를 하며 음식을 먹지 않고 생활하다가 해가 진 이후에 가족, 친척, 이웃과 함께 모여 거하게 음식을 차려놓고 먹지요.

절제를 통해 평소 생활을 돌아보며 신앙심(신을 믿고 따르는 마음)을 굳건히(굳세고 건실하게) 하는 시기이지만, 소비는 급등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식은 물론 옷이나 신발 구매가 늘고, 집을 꾸미는 데 사용되는 조명, 장신구와 같은 품목의 소비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지요. 배고픔을 달래고자 하는 보상 심리가 더해져 음식을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이슬람권 국가들의 올해 라마단은 예년(보통의 해)과는 다르다고 전해져요. 이유는 뭘까요?


가벼워진 라마단 장바구니

 

해가 저물고 파키스탄의 한 무료 급식소에서 사람들이 첫 식사를 하고 있다. 라왈핀디=AP뉴시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비롯된 식량난과 에너지난으로 전 세계가 기록적인 물가 상승에 신음하고 있어요. 일부 이슬람권 국가들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는 경우도 있지요. 이에 올해는 그동안 라마단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호주의 ABC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사람들은 라마단 기간에 묶음으로 대량 구매하던 음식을 올해는 낱개로 줄여서 구매하고 있어요. 파키스탄은 지난해 역대급 홍수가 강타하면서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물에 잠기고 3300만 명이 수해(물로 인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100억 달러(약 13조 38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국민들의 생활고(경제적인 곤란으로 겪는 어려움)가 이어지고 있어요. 이에 올해 라마단 장바구니가 가벼워지고 있는 것.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등 다른 이슬람권 국가들의 상황도 마찬가지. 방글라데시의 한 시민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전 라마단 때는 시장에 들르면 이틀치 물건을 한꺼번에 샀지만 지금은 물가가 너무 올라 하루치 음식을 매일 매일 사는 것도 벅찬 수준”이라고 말했어요. 예멘의 한 시민은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아랍 매체 ‘더 뉴아랍’과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으로 즐겨왔던 라마단 식단은 이제 꿈이 되어버렸다”고 밝혔지요.


집 장식 최소화하고, 할인 시장 일찍 열고 


지난 1월, 이집트 기자시의 한 시장에서 사람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들은 가족 및 친구들과의 외식을 줄이는 등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미국에 기반을 둔 무슬림 온라인 잡지 ‘무슬림매터스’는 최근 홈페이지에 “라마단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현명하게 소비하는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어요. 잡지는 “현관문에서 보내는 시간은 적다.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될 곳에만 최소한으로 장식하라”면서 라마단 기간에 과도한 실내 장식을 줄이라는 팁을 전했지요. 이집트 현지 매체 ‘이집션스트리트’는 라마단 기간 일몰(해가 짐) 이후 첫 식사를 할 때 사람들을 초대해 거하게 음식을 대접하는 ‘이프타르’ 대신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서 나눠 먹는 ‘포틀럭’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어요.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지난 1월, 상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생필품을 파는 ‘환영 라마단’ 시장을 열었어요. 라마단을 앞두고 장을 보는 사람들을 위해 보통 이슬람권 국가에선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 3주 전부터 시장을 여는데, 올해는 이 시장을 3개월 전에 연 것. 밀가루, 육류 등의 식품을 25∼3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시장을 조금이라도 빨리 열어 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한 것이지요.

 

라마단 경제 고물가 식량난 에너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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