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경제킹

조던의 열정 담긴 '농구화 이상의 농구화'

이선행 (opusno1@donga.com) 기자

2023-04-06 16:01:51

'에어 조던' 탄생 스토리 담은 영화 '에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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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맨’ 로고처럼 마이클 조던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있는 모습. 미국 CNN방송 홈페이지 캡처 

 

 

영화 ‘에어’의 포스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글로벌 스포츠 업체 ‘나이키’의 인기 농구화인 ‘에어 조던’의 탄생 스토리를 담은 영화 ‘에어(AIR)’가 5일 개봉했어요. 에어 조던 농구화는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농구 선수인 마이클 조던(60)의 이름을 따서 1985년 만들어졌어요. 이후 이 농구화가 큰 인기를 끌자 나이키는 1997년 ‘에어 조던’이라는 이름의 신발·의류 브랜드를 내놓았지요. 이 브랜드의 상징 로고인 ‘점프맨’도 공을 잡고 점프하는 마이클 조던의 모습을 딴 것.


이 영화는 나이키가 어떻게 조던과 계약을 맺어 에어 조던 농구화가 탄생하게 됐는지를 다뤄요. 당시 업계에서 다른 브랜드에 비해 뒤처졌던 나이키는 조던과 협업한 이후 큰 인기를 누렸고 그 인기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나이키가 어떻게 조던을 만나 세계 최고의 스포츠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는지 알아보아요.


“당신만을 위한 농구화 만들어줄게요”

경기를 펼치고 있는 조던. 미국 일간 USA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영화 에어는 1984년을 배경으로 해요. 당시 나이키는 창고에 재고(팔다가 남아서 쌓아 놓은 물건)가 쌓일 정도로 수익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요.

돌파구를 찾던 나이키는 NBA 시카고 불스의 신인 선수 마이클 조던에 주목했어요. 나이키가 조던에게 “나이키 농구화의 새로운 모델이 되어달라”며 연간 50만 달러(약 6억5000만 원) 상당의 5년 계약을 제안한 것.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남성 라이프스타일 잡지 ‘어거스트맨’에 따르면 이 계약금은 당시 운동화 회사가 신인 선수에게 제안한 것치고는 이례적으로, NBA에서 맺어졌던 일반적인 계약들의 세 배에 달했다고 해요.

사실 조던은 당시로선 ‘비인기 브랜드’였던 나이키와의 계약을 반기지 않았어요. 당시 NBA를 주름잡던 선수들은 주로 ‘컨버스’와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들과 계약을 맺었거든요. 나이키는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오로지 조던을 위한 신발과 의류를 제공하기로 했고, 이것이 조던의 마음을 움직여 조던과 나이키의 역사적인 계약이 이뤄졌어요. 나이키는 양쪽 발 사이즈가 서로 다른 조던을 위한 맞춤형 신발을 만들어주었지요.


운동화 수집 문화 만든 ‘에어 조던’ 


조던이 1985년 경기 당시에 신었던 ‘에어 조던’. 영국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1985년 조던은 NBA 덩크 대회에 ‘에어 조던’을 신고 코트에 섰어요. 당시 NBA에는 절반 이상이 흰색인 농구화만 신으라는 엄격한 규정이 있었는데, 조던은 소속팀인 시카고 불스의 상징 색인 빨간색, 검정색이 주를 이루고, 흰색이 어우러진 에어 조던을 신었어요. 주목받는 신인의 반항에 당시 10대 팬들은 열광했고, 실제로 나이키는 이 운동화를 ‘Banned(금지된)’ 운동화라고 마케팅하기도 했습니다. 에어 조던은 매장에 출시된 첫 3개월 동안 7000만 달러(약 915억 원) 상당의 판매 기록을 세웠어요.

에어 조던은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어 오늘날까지 37개 이상의 버전이 출시되었어요. 구하기 힘든 상품을 사서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되파는 ‘리셀(resell)’ 상품으로도 주목 받지요.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에어 조던은 운동화 재판매 시장을 변화시켰고, 운동화를 예술품과 동등한 수집품으로 여기게 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했어요. 에어 조던은 단순히 소비자가 운동화를 사서 신는 것을 넘어 운동화를 수집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든 것이지요.


조던의 ‘열정’ 느껴지는 신발




오늘날에도 ‘에어 조던’은 꾸준히 인기를 끌며 다양한 시리즈로 제작·판매되고 있다. 조던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에어 조던이 지금까지 많은 인기를 끌며 나이키 효자 상품으로 자리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님은 “소비자들은 단순히 운동화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서 느껴지는 영감을 구매하려는 것”이라며 “에어 조던을 구매하며 조던이 농구선수로서 활약했던 순간을 함께 느끼고, 운동화에 조던의 열정과 땀이 포함되어 남다르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1998년 미국 경제 주간지 포춘은 조던이 미국 경제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 상당의 영향을 주었다고 추정하며 이런 현상을 ‘조던 효과’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했어요. 호주 경제지 파이낸셜리뷰는 “오늘날 모든 분야의 유명 운동선수와 스타들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인물이 바로 조던”이라고 평가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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