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경제킹

9900원에 숨은 비밀은?

심소희 (sohi07@donga.com ) 기자

2022-12-13 17:37:20

은근슬쩍 사게 만든다 ‘9900원’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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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가 할인 행사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할인 마감까지 10초, 9초, 8초, 7초, 6초…!!!” 

연말이 되면 이처럼 ‘타임 세일’을 여는 가게들이 많아진다. 10000원이 아닌 9900원. 왠지 싼 것 같은 느낌에 더 많이 사야 할 것 같고 얼마 안 남은 시간 때문에 더욱 빨리 사야 할 것만 같도록 만드는 마성이 숫자. 이처럼 은근슬쩍 물건을 사게 만드는 판매 전략 ‘넛지’에 관해 알아보자.

 

은근슬쩍 사도록 만든다, 넛지

 

990원, 9900원, 9만9000원…. 연말 할인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값이다. 1000원, 1만 원, 10만 원보다 겨우 10원, 100원, 1000원씩 밖에 싸지 않은데도 괜히 이익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을 경제학적으로는 ‘넛지(nudge)’를 활용한 판매 전략이라고 표현한다. 넛지란 사람들을 팔꿈치로 쿡쿡 찔러서 무언가를 하도록 은근슬쩍 이끈다는 뜻.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석좌교수가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와 2009년 발행한 ‘넛지’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경제학에선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사도록 만드는 것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어떻게 은근슬쩍 물건을 사도록 만드는 걸까?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을 1개 사면 1000원인데, 2개 사면 총 1800원, 3개 사면 총 2400원이라고 해 보자. 각각의 경우에 아이스크림 1개 값은 1000원, 900원, 800원으로 줄어든다. 아이스크림 1개보다 2개를, 2개보다 3개를 살 때 이익인 셈. 이렇게 소비자가 물건을 많이 살수록 이익이라는 심리를 부추겨서 소비자가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사도록 이끄는 것이다.

3만 원 또는 5만 원 이상 물건을 사면 배송비를 받지 않는다거나 물건을 1개 사면 1개를 덤으로 끼워서 주는 등의 판매 전략도 넛지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

 

소비자를 현혹하는 다크 넛지

 

다크 넛지(dark nudge). 기업이 이익을 취하려고 소비자가 비합리적으로 돈을 쓰도록 이끄는 상술을 말한다. 넛지를 나쁘게 잘못 사용한 예를 살펴보며 자신은 이런 상술에 현혹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자.

 

△알림 없이 자동 결제

얼마간의 무료체험 후 알림 없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경우. ‘지금 가입하면 1달 무료 체험’. 주로 게임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경우 이처럼 소비자를 현혹해 가입하게 하고는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면 소비자에게 따로 알리지 않고 결제가 진행될 때가 있다. 소비자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돈을 써버리는 상황을 만드는 대표적인 ‘다크 넛지’의 예.

 

△지금 안사면 땡! 압박

소비자의 심리를 압박해 물건을 사도록 만드는 경우. ‘하루만 특가(특별 가격) 판매’ ‘오늘이 최고로 낮은 가격’ ‘품절 임박(물건이 다 팔리고 없는 상황이 갑자기 닥쳐옴)’ 같은 문구가 대표적이다.

 

△헷갈리는 금액 표시

소비자가 내야 하는 총 금액을 정확하지 않게 표시해서 혼란을 주는 경우. 1년 구독 상품인데 1달마다 내야 하는 돈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그 예. 펜션이나 호텔 같은 숙박시설의 경우 미리 알림 없이 세금이나 봉사료가 추가로 결제되는 경우도 있다.

 

△복잡한 ‘환불’ ‘취소’

물건이나 서비스를 환불 또는 취소하는 과정이 복잡한 경우. 구독 신청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했는데 구독을 취소할 때는 반드시 컴퓨터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경우가 대표적. 과정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어렵게 만든다.

 

[경제력 UP] 다크 넛지를 피하는 똑똑한 확인법

1.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할 것. 집 전화번호나 휴대전화 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공개하면 자신도 모르게 소액(작은 금액)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으니 주의.

2. 은행 통장이나 휴대전화 요금 중 자신이 모르게 빠져나가는 돈이 없는지 확인할 것.

3. 물건값과 구독 기간 등 세부적인 사항을 꼭 확인하고 결제할 것.

 

※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국번 없이 1372 또는 소비자 상담 센터(ccn.go.kr)에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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