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경제킹

“밥, 사 먹기도 해 먹기도 겁나네”… 치솟는 물가에 한숨만 ‘푹’

김재성 (kimjs6@donga.com ) 기자

2022-06-28 09:08:43

밥 먹고 커피까지 마시면 2만 원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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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장사가 안 되고, 인건비랑 재료비도 올라서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어.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지.”

기자가 종종 가는 한식 백반 식당이 최근 메뉴 가격을 2000원씩 올렸다. 식당 주인에게 이유를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한때는 ‘만 원의 행복’이라는 예능프로그램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1만 원만 가지고는 외식하기가 쉽지 않다. 분식집에 가도 기본 김밥이 3500원, 참치·치즈김밥은 4500~5000원이라 몇 줄 안 시켜도 1만 원이 훌쩍 넘는다.

갈비탕(1만5000원), 샐러드(1만2000원), 설렁탕(1만1000원), 파스타(1만6000원), 한식 백반(1만4000원), 냉면(1만3000원)….

 

한 끼에 1만 원으론 턱없이 부족

기자가 6월 점심식사에 쓴 신용카드 내역의 일부다. 비싼 곳만 찾아다닌 것도 아니고 회사 근처 자리 비는 식당에 들어갔을 뿐인데, 대부분 메뉴 가격이 1만 원 이상이다. 대부분 직장인이 밥 먹고 커피까지 마시는 걸 고려하면 한 끼에 2만 원은 쉽게 나가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서비스 참가격에 올라온 5월 기준 서울 냉면 가격은 1만269원으로 2021년 5월(9346원)보다 9.9% 올랐다. 삼겹살은 6.12% 오른 1만7595원, 짜장면과 칼국수는 각각 15.56%, 10.8% 오른 6223원, 8269원이었다. 김치찌개 백반은 2021년 5월(6769원)보다 오른 7308원을 기록했다.

밥 먹기가 점점 겁나는 수준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실제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공식품(농산물 축산물 수산물을 인공적으로 처리해 만든 식품) 물가는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외식 물가도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69개 품목의 가격도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국수(33.2%), 밀가루(26.0%), 식용유(22.7%) 등이 크게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요 외식 품목의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음식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치킨 가장 많이 올라

외식 물가도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건 치킨.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5월 외식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 지난해 12월 대비 4.2%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각각 5.4%, 3.4%)을 웃돈 수치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39개 외식 품목 가격이 모두 지난해 말보다 올랐는데, 치킨 가격 상승률이 6.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짜장면(6.3%), 떡볶이(6.0%), 칼국수(5.8%), 짬뽕(5.6%) 순으로 나타났다. 김밥(5.5%), 라면(5.2%), 볶음밥(5.0%)과 된장찌개 백반·해장국·탕수육(각 4.7%)도 많이 올랐다. 소주와 맥주 가격은 각각 4.9% 인상됐다. 김치찌개 백반·햄버거(각 4.5%), 냉면·돈가스·피자·도시락(각 4.4%) 등도 많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점심(lunch‧런치)’과 ‘물가상승(inflation‧인플레이션)’의 영어단어를 합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물가가 올라 직장인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 때문에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거나,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줄이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늘었다.

 

‘런치플레이션’ 대안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냉장고 파먹기’가 인기다. 요리하고 남은 식재료나 먹다 남은 반찬 등 냉장고에 들어있는 내용물만 활용해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블로그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냉장고 파먹기 꿀팁을 검색하면 같은 재료로 소스만 달리해 지겹지 않게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노하우나 여러 재료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유통기한 길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식재료 정보 등이 쏟아진다. 이외에도 ‘일주일 5만 원’ ‘일주일 3만 원’ 등으로 검색하면 3만~5만 원으로 일주일치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들어 먹는 정보를 공유한 글과 영상이 많이 나온다.

 

주간동아 6월 24일~6월 30일자 구희언 기자 기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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