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배터리
조윤진 (koala624@donga.com ) 기자
2021-09-28 13:06:00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고체 배터리의 모습을 시각화한 그래픽이미지. LG화학 제공]
[도요타자동차가 개발한 전기차가 전고체 배터리의 힘으로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유튜브 캡처]
[1] 전기차 사려고 할 때 한 번쯤 머리를 스치는 걱정은 화재다. 리튬이온 배터리(무게가 가볍고 수명이 길어 전자기기에 많이 사용되는 배터리)는 충격이나 열로 배터리 속 분리막(배터리 내부의 양극판과 음극판을 분리하는 필름)이 부서지면 한순간에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열이 발생한다. ‘열 폭주 현상’이다. 기존 소화 장비로는 끄기도 쉽지 않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빈도가 내연차(석유 등을 이용해 움직이는 자동차)보다 적기는 해도 소비자로서는 꺼림칙한 문제다.
[2] 열 폭주 현상이 없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장착되면 문제는 해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샌디에이고대 연구팀과 함께 상온(자연 그대로의 온도) 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1회 충전으로 800㎞ 주행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나온 전고체 배터리 기술 중 충전 가능 횟수 500회를 넘긴 것은 처음이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일상적으로 쓰이게 됨)에 한발 다가선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 전고체 배터리는 자동차 제조사들까지 달려들어 개발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7일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도요타는 아직까지도 순수 전기차는 양산(많이 만들어 냄)하지 않지만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2008년부터 자체 연구소를 통해 개발해 왔다. 전고체 배터리로 세계 자동차시장을 단번에 석권(빠른 기세로 세력을 넓힘)하겠다는 야망(크게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희망)이 엿보인다.
[4]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대중화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추운 지방에서는 충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등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 설사 누군가 먼저 양산에 성공한다 해도 경제성이 문제다. 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가격은 지금보다 40% 이상은 더 떨어져야 경제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kWh당 120∼130달러인 가격이 70∼80달러대로 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배터리 값이 차 가격의 30% 안팎인 지금의 전기차는 보조금(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가 단체나 개인에게 지원하는 돈)이 없으면 팔릴 수가 없는 불완전한 상품이다.
[5]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3국의 싸움터다. 올해 상반기(1∼6월) 사용량 기준 점유율(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중국(41.5%)이 가장 많고, 한국(34.9%) 일본(17.8%) 순이다. 내수시장(소비와 투자 활동이 이루어지는 국내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이 해외 수주(주문을 받음)에도 적극 나서면서 성장률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은 파나소닉의 시장 점유율이 급락해 점유율이 줄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점유율을 보인 한국은 미국 현지 공장 설립과 화재 위험은 낮추고 에너지 밀도는 높인 ‘하이니켈 리튬이온 배터리’로 반등(기세가 떨어지다가 오름)을 꾀하고 있다.
[6]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을 전후로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10년은 배터리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배터리는 결국 소재과학(재료 중심의 과학)의 싸움이다.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다음 세대) 산업 중 하나가 배터리 산업이다. 기초소재 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10년이다.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동아일보 9월 27일자 허진석 논설위원 칼럼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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