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애 아이돌이 가상인간?
조윤진 (koala624@donga.com ) 기자
2023-04-14 16:49:21
웹툰 '메이브'로 본 경제 이야기
넷마블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연재한 웹툰 ‘메이브’는 가상인간 걸그룹 메이브(MAVE:)가 아이돌 오디션에 참가해 걸그룹이자 미래를 바꾸는 영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여기에 등장하는 메이브는 실제로 지난 2월 데뷔한 신인 걸그룹이다. 네 명의 멤버 중 진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전부 가상인간으로 이뤄진 ‘메타(meta·가상)돌’이기 때문. 최근 메이브와 같은 메타돌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연예계를 점령하고 있다. 실체도 없는 메타돌이 대체 어떻게 아이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걸까?
음원부터 음악방송까지
오늘날 메타돌은 음원을 내고 쇼케이스(새 작품을 알리기 위해 여는 특별 공연)를 열거나 음악방송 무대에 오르는 등 기존 아이돌 못지않게 활약 중이다. 메이브는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 데뷔 무대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메타돌이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한 건 메이브가 처음. 메이브의 첫 싱글 앨범 타이틀곡인 ‘판도라’ 뮤직비디오는 공개 2주 만에 조회 수 1000만 회를 기록했고, 해외 팬도 빠르게 늘면서 ‘K-메타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메이브보다 먼저 활동을 시작한 메타돌도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걸그룹 메타돌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은 데뷔곡 ‘리와인드(RE:WIND)’로 벅스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4인조 보이그룹 메타돌 ‘레볼루션 하트’는 지난해 메타돌 최초로 극장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는데, 예매 시작 3분 만에 1100여 석이 매진됐을 정도.
사람처럼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전문가들은 대중이 메타돌에 열광하는 이유로 ‘진짜 같은 자연스러움’을 꼽는다.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 같다는 점이 새롭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메이브의 까마득한 대선배인 ‘아담’을 예로 들어볼 수 있다.
아담은 1998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데뷔한 사이버 가수. 당시 아담은 표정이나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영상 제작이 오래 걸리는 등 기술적 한계가 많아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반면 오늘날의 메타돌은 ‘실시간 랜더링’이라는 첨단기술을 이용해 휘날리는 머리카락부터 피부 솜털까지 구현한 것이 특징. 실시간 랜더링은 특수의상을 입은 사람의 동작을 입체(3D) 캐릭터 이미지에 실시간으로 입혀서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통해 약 800개의 표정과 목소리도 학습했다. 메타돌이 노래하고 칼군무를 춰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비결이다.
논란 걱정 없는 모범생 아이돌
대중이 ‘신선함’을 이유로 메타돌을 좋아한다면, 기업은 ‘안정성’을 이유로 메타돌을 선호한다. 메타돌은 기존 아이돌처럼 음원이나 굿즈를 판매하고 광고나 콘서트를 통해 돈을 버는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공연을 할 때 비행기를 탈 필요도 없고 나라마다 다른 시간 차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돌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아이돌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데뷔 전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거나 범죄 등 사고를 일으키면 활동을 쉬고 심지어는 은퇴하기도 한다. 반면 메타돌은 그런 구설수(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림)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연예기획사 입장에서는 대환영인 셈.
메타돌 1명 뒤에 숨은 10명
기존의 아이돌이라면 연예기획사가 가져가는 몫 외에 아이돌 그룹 구성원 한명 한명에게 그 수익이 나뉘어 돌아간다. 하지만 메타돌은 진짜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그룹 구성원에게 직접 수익이 배분될 필요가 없다. 대신 해당 그룹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참여한 사람들에게 수익이 나눠진다. 메타돌 영상은 하나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이 투입된다. 아이돌의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는 노래와 춤은 컴퓨터로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메타돌 캐릭터가 선보이는 춤과 노래를 대신해주는 전문 댄서와 가수가 필요한 것은 물론, 첨단 장비를 이용해 이 퍼포먼스를 촬영·녹음하는 엔지니어와 촬영 영상을 3D 캐릭터에게 입혀 자연스럽게 만드는 컴퓨터 그래픽 엔지니어도 필요하다. 메타돌 캐릭터 1명을 구현하기 위해 사실상 약 10명이 힘을 모으는 셈. 그런 점에서 메타돌이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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